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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집의 육아 고민 #1 (기다려 주기)

신코기 2022. 7. 17. 19:41

세탁을 마친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려고 하니 먼지 필터를 청소하라는 알람이 뜬다. 오랫동안 청소 하지 않아 많이 쌓인 먼지들을 빼고 나니 이번에는 "건조기 필터가 올바르게 끼워져 있는지 확인하세요." 라고 알람이 울린다. 제대로 낀 게 맞는 것 같은데, 신경을 거슬리는 알림음이 삐빅- 삐빅- 울린다. 마음이 바빠진다.

 

공부를 하고 있던 배우자가 "왜? 뭐가 잘못됐어?" 라며 다가왔다. 괴롭히고 싶지 않은 마음 반,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아니야, 내가 해결할게." 라고 대답해본다. 그렇지만 배우자는 내가 영 못미더운지 책상에서 엉덩이를 떼고 베란다 쪽으로 오고야 만다. 재촉당하는 기분이 든 나는 갑자기 짜증이 나서 날 선 말을 뱉는다. "내가 한다니까?!" 

 

인터넷으로도 여러 차례 방법을 찾아보고, 센서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꼼꼼히 건조기도 들여다본다. 해결법은 허무하게도 '그냥 동작시키기'었다. 처음에 잘 못 끼워진 상태에서 내던 오류가 잘 끼워진 상태에서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나보다. 배우자에게 "그냥 동작시켰더니 되네? 그냥 잘 해결됐어." 라고 상황을 업데이트 해준다. 

 

빨래가 건조되게 해 두고, 장을 보러 밖을 걸어가며 별 것도 아닌 일에 왜 짜증을 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나는 어찌되었든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배우자가 내가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중간에 빼앗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나도 조카와 시간을 보낼 때 조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너무 재촉하지 않았나 되돌아본다. 더 나아가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채찍질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육아도 어쩌면 하나의 인간 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 아이는 없지만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양육법을 자주 고민한다. 오늘은 어쩌면 기다려 주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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