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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기판
세탁을 마친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려고 하니 먼지 필터를 청소하라는 알람이 뜬다. 오랫동안 청소 하지 않아 많이 쌓인 먼지들을 빼고 나니 이번에는 "건조기 필터가 올바르게 끼워져 있는지 확인하세요." 라고 알람이 울린다. 제대로 낀 게 맞는 것 같은데, 신경을 거슬리는 알림음이 삐빅- 삐빅- 울린다. 마음이 바빠진다. 공부를 하고 있던 배우자가 "왜? 뭐가 잘못됐어?" 라며 다가왔다. 괴롭히고 싶지 않은 마음 반,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아니야, 내가 해결할게." 라고 대답해본다. 그렇지만 배우자는 내가 영 못미더운지 책상에서 엉덩이를 떼고 베란다 쪽으로 오고야 만다. 재촉당하는 기분이 든 나는 갑자기 짜증이 나서 날 선 말을 뱉는다. "내가 한다니까?!" 인터넷으로도 여러 차례 방법을 찾아보..
나에게는 조금 특이한 버릇이 있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박수를 짝! 한번 치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설거지 하기 전, 청소하기 전에 박수를 한 번 짝! 쳐주면 왠지 당장 무슨 일이든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루틴이 되었다. 박수를 치고 시작하는 일이 점점 이전보다 많아지는 것 같다. 요즘처럼 영 기운도 없고 뭔가를 할 마음도 들지 않을 때, 그저 침대에 딱 붙어서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머릿 속으로는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오늘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가벼운 소설을 하나 읽었다. 소설은 재미있었지만, 소설을 읽다 보니 내가 끄적이는 문장들은 영 초라해 보여 울적한 ..